2019년 2월 25일 월요일

고정관념에 도전하기 - 근태(출/퇴근 시각)

회사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손쉽게 적용되는 방식은 '근태'라고 불리는 '출/퇴근 시각'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해보자면, 아래의 2가지로 지금의 내 생각을 요약 할 수 있겠다.

1. '출/퇴근 시각'이 아닌, '근무시간'의 준비/활용상태를 직원평가 기준으로 천명하자.
2. '출/퇴근 시각'은 진짜로 노력하는 직원들을 칭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자.

이와 같은 생각을 정리하게 된 배경인 2가지 상황을 설명해 보겠다.


1. '아침도 주는데... vs. 아침에는 잠을...'

근무지가 산골짜기에 있어서 매일 차량을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근무환경이다. 매일 아침에 다 함께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아침을 사먹을 곳이 인근 15km 이내에 아예 없는 상황) 8시30분 부터 근무에 임한다. 근무시간은 8시30분 부터 17시30분 까지 이다.

시작은 이랬다.

8시부터 8시30분까지 사내식당 운영시간이다. 그리고 원격지 출근을 위해 회사차량(승용차)으로 단체출근을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배려해서 모두가 8시까지 회사차량으로 함께 근무지로 출근했다.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였다.

그리고, 8시 아침식사 시간이 자연스럽게 업무적인 정보의 공유, 개인적인 근황의 공유를 담당하는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차량 이용자들이 증가했다. 개인차량 이용자들은 8시까지 출근해서 함께 식사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시각(근무시작 시각이 아닌)은 8시로 정해졌다. 암묵적(암묵지)으로...


새로운 멤버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멤버들에게 "8시에 우리는 식사를 함께 해야해"라고 기존 멤버들이 설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8시 아침식사은 계속적으로 업무적인 정보의 공유, 개인적인 근황의 공유를 담당하는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새로운 멤버들은 이 상황을 납득했다.

8시까지 출근해서 함께 식사를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적을 받았다. 모든 멤버들(초기멤버와 새로운 멤버 모두)은 이 상황도 납득했다. 8시는 모두가 함께 식사하는 기준시각이였으니까.

어느날 부터, 아침식사를 개인적인 사유로 빠지게 되는 인원들이 늘어났다.(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 경우에 속했다.) 이 인원들은 아침식사 시간에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빠지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40%에 육박했다. 멤버들 중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인원이 발생했다.

과연 우리의 출근시각(근무시작 시각이 아닌)은 몇시인 것이지? 우리는 왜 8시까지 나와야 하는 것이지? 왜 기준이 자기들 편한대로 바뀌는 거지?

이 상황에 식사에 참여하지 않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반응으로 대하는 것이 맞을까?


문제의 근본은 암묵지에 있었다.

처음부터 "8시가 출근시각(근무시작 시각이 아닌)이야"라고 명시적으로 합의되고 선언되었다면 어땠을까? 새로운 멤버들에게 동일한 언어로 전달되고 설득하였다면 어땠을까?

만일, 8시까지 출근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려면, 8시가 출근시각(근무시작 시각이 아니다)이라고 천명하는 것이 옳다. 지적은 사람의 행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샐러리 맨 중에서, 누가 지적을 받고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8시로 출근을 정한다면, 퇴근은 17시로 해야 하는데 타 업체와의 협업을 고려하면 부담이 있어'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출근시각'이 '근무시작 시각'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명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근시각과 근무시작 시각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선택지도 있다. 우리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야근활동이라는 법률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대응책이 있지 않은가? '우리 회사는 업무적 환경과 특성상 8시간 근무, 점심1시간의 휴게시간 그리고 추가 1시간 정도의 상시 야근이 발생합니다.'라는 설명으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요소이다.

여기서 논하고 싶은 중심점은 사람을 지적하게되는 기준점은 명확하고, 납득 가능한 그리고 합의된 방식으로 결정/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출근시각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것은 평가가 손쉽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어서 8시20분에 들어왔지만 근무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어 8시30분에 정상적으로 요청사항을 응대하는 직원이 있다. 반면, 7시에 들어와서 앉아는 있지만 자기공부를 하느라 8시30분에 스터디 책을 접고있는 직원이 있다. 과연 당신은 두 직원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는가? 어느 직원이 옳다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당신의 판단은 공정하고 명확해서 누구나 믿고 따를만한가? 쉽지 않은 문제다.

위 경우에 'XX시YY분에 업무가 시작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기준을 명확히 전하는 것이 옳다. '근무시간'의 준비/활용상태가 직원평가 기준이라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의 준비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으로 보여 생략한다.)


2. '열심히 일하면... 타 직원이 손해본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면 시간을 계산해서 야근수당을 지급한다. 야근을 하면 당연히 해당 근무 만큼의 수당을 지급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간을 지켜서 칼퇴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더군다나, 그 직원이 가장 업무효율이 높아서 가장 많은 이익을 회사에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함께 일하던 팀장님 중에 존경스러울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그 분의 철칙은 '일은 회사에서, 그리고 업무시간 내에 하는 것'이다. 정말 멋진 마인드 아닌가? 그저 실력없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급 우울 ~ㅜ.ㅜ~)

한번은 그 팀장님이 '불필요한 야근이 회사 이익율 저하에 일조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경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옳은 말이다. 일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하면 그만큼 사람의 집중력이 저하된다. 그리고 어려운 일들은 습관적으로 나중으로 미루고, 근무시간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시간으로라도 커버해보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가? 경험에서 나오는 결론은... '집에 일찍 퇴근하려면 뭐가 필요해'와 '늦게까지 고생많았어'이다.

사실, 진심으로 실력부족을 시간으로 커버하려는 진정한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은 야근수당을 바라고 자리에 앉아있지 않는다. 돈은 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대로 끝낼 수 있는 도움(환경적인 집중/노하우 전수 등)을 바라게된다. 진짜로 일을 제대로 마감하고 싶은, 그것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위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경험을 근거로 정리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조직내에서 통합/결정하는 행위(활동)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누구나 믿고 따를 수 있는 공정하고 명확한 판단기준을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