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영화 속 이야기] 돈 크라이 마미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 2012년 개봉)

감독 김용한
주연 유선, 남보라, 유오성, 동호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무남독녀 '은아'(남보라 분)와 함께 살아가는 '유림'(유선 분)은 아직은 망치대신 프라이팬으로 못질을 할 정도로, 아직 홀로서기가 어색하기만 한 엄마다. 남편과의 이혼 후, 자신의 큰 위로가 되어주는 딸 '은아' 덕분에 하루하루 밝게 살아갈 수 있는 화목한 생활이 이어진다.
어느 날, 딸 '은아'가 고등학교 전학 후, 새로 다니게 된 학교의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던 '은아'는 결국 엄마의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딸을 잃은 '유림'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은아'의 죽음 뒤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은아'를 죽음으로 몰아 간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소재가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의 심경이 마음에 와닿기가 어려웠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딸 아이를 협박하던 동영상과 문자를 보고 오열하는 어머니로서의 연기 만큼은 박수보다도 함께 부둥켜안고 울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딸의 복수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약하기만 한 어머니의 모습은, 대신 찾아가서 응징을 해주고 싶을 만큼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고등학교로 찾아가는 어머니 '유림'의 새하얀 복장은 마치 아직도 한참을 자라야 하는 '미성년 법'과 싸우기위해 나타난 여전사와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이 영화의 처절하도록 슬프기만한 상황이, 허구가 아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평점을 남기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광해'가 '이병헌'의 영화였다면, '돈 크라이 마미'는 '유선'의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평가불가
scene stealer : 영화가 마치고 나오는 우리나라 미성년자에 의한 집단 성폭행 사건의 후속 판결 결과. 이제까지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큰 반전을 가지고 있다.

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영화 속 이야기] 살인 소설


살인 소설(SINISTER, 2012년 개봉)

감독 스콧 데릭슨
주연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오래된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영사기 소리와 함께 나오는 영상은 처음부터 약간 당혹스럽다. 나무에 일가족이 머리에 종이 봉투를 쓰고, 얌전한 자세로 나무 아래에 서있다. 잠시 후, 나뭇가지가 전기톱으로 잘려 떨어지고, 반대편에 서있던 일가족이 반작용으로 나무에 목이 매달린다.
영화의 첫 장면 부터 당혹스럽게 만드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실화범죄를 소재로 하여 소재를 쓰는 스릴러 작가 '앨리슨(에단 호크 분)'은 새로운 소설을 위해 살인사건 현장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사 온 첫날, 다락에 짐을 올려놓으러 갔다가, 이사 전에는 없었던 8미리 필름 상자를 발견한다. 필름마다 소제목과 년도가 적혀있는 이 상자를 이상하게 생각한 '앨리슨'은 작업실에서 필름의 영상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필름에는 각 소제목을 연상시키는 가족 살인사건의 영상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필름은 1966년 부터 2011년 까지 5개가 존재했는데, 그 중 마지막 2011년 필름은 자신이 이사온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촬영한 필름이였다. '앨리슨'은 본능적으로 이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자신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된다. 그리고, 필름속에 있는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찾는 과정에서 사건 현장마다 공통적인 인물과 마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이 살인사건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사건 현장마다 찍힌 인물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살인필름은 누가 촬영한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스릴러나 공포영화에서 절대로 관객에게 들키면 안되는, 갑작스런 무서운 인물/요소의 출연 장면들이 모두 나에게는 들켰다. 하지만, 다 예상하면서도 무섭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음악/음향효과 였다. 사운드를 담당한 '크리스토퍼 영'은 '헬레이저2'로 '14회 세턴 어워즈' 최고 음향상을 수상하고, '그루지', '스파이더맨3' 등 담당한 실력파 음향 담당자다.
영화의 초반부터 나타나는 의문의 존재를 영화에서는 '부기맨'(Boogey Man) 이라고 지칭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명칭이 궁금해 졌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종종 나타나는 이 명칭을 영문 '위키피디어'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나서야 이 영화의 정확한 장르가 '오컬트(Occult) 스릴러'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기맨'은 일반 사전류에서는 '도깨비', '벽장속의 귀신' 정도로 해석을 하지만, 영문 '위키피디아' 에서는 '사탄의 별명' 이라는 주석을 달아놓았던 것이다. 
'비포 선 라이즈(1995년)'에서 사랑하게된 사람과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올까봐 아침 햇살을 두려워 했던 '에단 호크'가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였는지, 너무 불도 안켜고 집안을 돌아다녀서 더 무서운 기운이 들었다. 공포를 위해 모인 음향과 배역 그리고 좀처럼 밝은 조명이 많지 않은 이 영화는, 너무 오랜만에 무서운 영화를 본 나에겐 일주일 내내 어두운 출퇴근 길을 뛰어다녀야만 할 정도로 인상깊은 공포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3.5점
scene stealer : 금방이라도 '아니아니 그게 아니구요~' 라는 대사를 읊조릴 것 같은 부보안관의 5가지 살인사건에 대한 연계성을 밝혀낸 예리한 분석력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영화 속 이야기]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

< 여주인공 '에덴'이 '업사이드 다운'을 마시는 장면 >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 2012년 개봉)

감독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주연 커스틴 던스트, 짐 스터게스

두개의 서로 다른 중력의 영향을 받는 세계.  이 공간에는 특별한 규칙이 존재한다.
1. 서로 다른 중력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는 그것이 속한 세상을 벗어날 수 없다.
2. 물체의 무게는 반대 세계의 물체로 상쇄될 수 있다.
3. 물체는 반대 세계와 접촉하게 되면 타버린다.
위쪽 세상과 아래쪽 세상이 구분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확연히 나눠지고, 서로간의 접촉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아래쪽 세상 출신인 소년 '아담'(짐 스터게스 분)은 산꼭대기에 올라, 위쪽 세상에서 살고있는 '에덴'(커스틴 던스트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만나던 두 연인은, 경비대에 발각되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도망치는 도중에 사고가 발생하여 '에덴'은 높은 곳(아래쪽 세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게 된다.  '아담'은 '에덴'이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반복적인 삶을 살아간다.
10년이 지난 어느날, TV에서 '에덴'이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 '아담'은 '에덴'을 만나기 위해서 위쪽 세상과 아래쪽 세상의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는 '트렌스 월드'에 취직을 한다.  이중 중력의 효과를 활용한 '안티에이징 크림' 아이디어를 상품화 하는 것을 제안하여, '트렌스 월드'에 연구원으로 취직하는 '아담'은 '에덴'을 만나기 위해 무모한 계획을 준비하는데...
사실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이나, 내용은 그렇게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그저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움직임을, 기발한 배경설정을 통해 좀 더 극화시키려고 노력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먼저, 주인공의 이름이다.  "주인공 '아담'이 '에덴'을 찾기위해..." 라는 설정은 행복을 잃어버린, 그리고 다시 한번 행복해 지려는 인간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딱 걸맞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영화에서는 위쪽 세상과 아래쪽 세상을 나누어서, 경제적/문화적으로 대조적 환경인 것처럼 설정을 하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위쪽 세상 사람이든 아래쪽 세상 사람이든 모두가 서로를 올려다 보기에 바쁘다.  결국 어느 쪽도 본래적으로는 우월하지 못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제목인 '업사이드 다운'은 극중에 나오는 음료의 이름이다.  이 음료는 아래쪽 세상의 음료를 위쪽 세상의 컵에 담아서 마시는 것이다.  독특한 것은, 음료에 아래쪽 세상의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위쪽 세상의 컵을 뒤집어서 음료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 음료처럼 위쪽과 아래쪽이 서로 협력하여 만들어지는 제품이 히트상품으로 등극한다.  물론, 그 중에 가장 히트 상품이 되는 것은 중력을 거슬러 처지는 피부를 위로 올려주는 안티에이징 크림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은 그저 연인의 사랑만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서로다른 입장에 매여있는 존재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하나될 때에 최고의 결과가 이루어 진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2점
scene stealer : 영화 초반의 '아담'과 '에덴'의 키스장면을 보면, 영화 "스파이더 맨"에서 거미줄을 타고 뒤집어져서 내려온 '스파이더맨'과 키스하던 모습이 연상된다.  그녀는 독특한 키스신 만을 찍는걸지도...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영화 속 이야기] ARGO(아르고)


ARGO(아르고, 2012년 개봉)

감독 벤 애플렉
주연 벤 애플렉, 존 굿맨, 알란 아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카일 챈들러

1979년, 이란을 사회적/경제적 파탄에 빠뜨린 통치자 "샤"의 미국 망명을 기화로 성난 군중의 쿠데타가 이란내에서 발생한다. 이란 테헤란에 있는 미 대사관이 성난 시위대에게 점령당하는 위기의 상황이 되자, 6명의 대사관 직원들은 건물을 겨우 빠져나가 캐나다 대사 관저로 은밀히 피신한다.

미국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파이로 몰려 즉결처분에 처해지고, 길거리에 사형당한 사람을 크레인에 달아놓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위기의 이란 상황. 이 위기의 도시에서 6명의 대사관 직원들을 안전하게 구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들이 논의되고, CIA의 구출 전문요원 '토니 멘데스(벤 에플렉 분)'가 투입된다.

토니 멘데스는 <아르고>라는 제목의 가짜 SF 영화의 제작을 빌미로 이란에 잠입, 대사관 직원들을 구해내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작전 수행을 위한 사전준비로 헐리우드 제작자들을 통해 시나리오 부터 배우섭외, 제작 발표회 등을 진행한다. 거짓말로 가득찬 헐리우드에서 헐리우드식으로 세상을 속인다는 거짓말 같은 실화

실화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특별한 반전보다는, 작은 에피소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지속적인 긴장감이 필수다. 금방이라도 차를 부술 듯이 몰려드는 농성중인 군중의 위압감, 비행기의 이륙을 막기위해 뛰어드는 군인들과 경찰차량 등,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군더더기 없는 요소들이 영화의 몰입도를 유지시켜 준다.

과거를 배경으로 구성되는 영화들을 볼때 마다, 가장 감동하는 부분은 소품이다.
197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준비된 차량들 부터, 타자기, 텔렉스, 재떨이, 통신장비 등이 매우 인상깊다. 또한, 영화가 마치고 나오는 당시의 신문/사진 자료와 비교해서 나오는 영화의 장면들을 보면 어느쪽이 실제 사진이고, 어느쪽이 영화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재현했다.

배우들의 캐스팅 마저도 실제 사건의 당사자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사람들을 캐스팅하여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 부분은 영화가 마치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므로, 지미 카터의 육성 인터뷰가 나올 때 까지는 꼭~ 마지막까지 기다려서 보시길 바란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5점
scene stealer :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배우 분장사인 "존 챔버스"가 영화 포스터를 둘둘마는 장면에서, "아르고 영화 제작은 어떻게 되었어?" 라고 묻는 배우 "잭 니콜슨"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영화 속 이야기] 내가 살인범이다



내가 살인범이다(2012년 作)

감독 정병길
주연 정재영, 박시후

영화의 초반부에 펼쳐지는 현재와 과거의 교차를 통한 배경설명 장면은 매우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범죄자를 뒤쫓아 담벼락 올르기, 건물 유리창에서 뛰어내리기 등 매우 긴장감이 넘치는 영상으로 초반부터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에 비해 뒤쪽은 뭔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부녀자를 10명이나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 공소시효 만료 2년 후에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밝히며, 용서를 구하는 의미에서 책을 펴냈다고 하는 정말로 말도 안되는 장면, 그러한 연쇄 살인범의 외모가 수려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분위기의 사회적 현상.
딱히, 영화가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위와 같은 상황적 설정이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현재의 외모 지상주의 대한민국을 꼬집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하기도 하다.

영화 초중반에 펼쳐지는 살인범 이두식(박시후 분)을 피해가족이 납치하는 액션 장면 또한 조금 단점으로 작용했다. 다소 과장된 유머코드까지 섞여있는 장면이어서 긴장감을 풀어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에, 관객의 공감을 가져와야 하는 피해가족이 지닌 복수의 감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영향도 있었다.

위의 두가지를 제외한다면, 영화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핵심인 살인범을 잡고자 하는 형사 최형구(정재영 분)의 집념과 집착, 그리고 영화의 최고 미학에 해당하는 2번에 걸쳐 나타나는 반전포인트 까지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영화다.
어쩌면 초중반에 펼쳐지는 영화의 허술할 법한 부분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끝까지 반전을 들키지 않기 위한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였을 수도 있겠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4.5점
scene stealer : 살인범이 잘 생겼다는 이유로 소녀팬들에게, "오빠 믿지? 오빠가 10명 살인한거 믿지?" 라고 외치는 열혈 소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