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범이다(2012년 作)
감독 정병길
주연 정재영, 박시후
영화의 초반부에 펼쳐지는 현재와 과거의 교차를 통한 배경설명 장면은 매우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범죄자를 뒤쫓아 담벼락 올르기, 건물 유리창에서 뛰어내리기 등 매우 긴장감이 넘치는 영상으로 초반부터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에 비해 뒤쪽은 뭔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부녀자를 10명이나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 공소시효 만료 2년 후에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밝히며, 용서를 구하는 의미에서 책을 펴냈다고 하는 정말로 말도 안되는 장면, 그러한 연쇄 살인범의 외모가 수려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분위기의 사회적 현상.
딱히, 영화가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위와 같은 상황적 설정이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현재의 외모 지상주의 대한민국을 꼬집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하기도 하다.
영화 초중반에 펼쳐지는 살인범 이두식(박시후 분)을 피해가족이 납치하는 액션 장면 또한 조금 단점으로 작용했다. 다소 과장된 유머코드까지 섞여있는 장면이어서 긴장감을 풀어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에, 관객의 공감을 가져와야 하는 피해가족이 지닌 복수의 감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영향도 있었다.
위의 두가지를 제외한다면, 영화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핵심인 살인범을 잡고자 하는 형사 최형구(정재영 분)의 집념과 집착, 그리고 영화의 최고 미학에 해당하는 2번에 걸쳐 나타나는 반전포인트 까지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영화다.
어쩌면 초중반에 펼쳐지는 영화의 허술할 법한 부분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끝까지 반전을 들키지 않기 위한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였을 수도 있겠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4.5점
scene stealer : 살인범이 잘 생겼다는 이유로 소녀팬들에게, "오빠 믿지? 오빠가 10명 살인한거 믿지?" 라고 외치는 열혈 소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영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