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영화 속 이야기] 잭 리처(Jack Reacher)


잭 리처(Jack Reacher, 2012년 作)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주연 톰 크루즈, 로자먼드 파이크, 로버트 듀발

한 대의 차량이 유유히 건물형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강 건너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주차를 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무인 주차요금 납부기에 동전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잠시 후, 6발의 총성과 함께 강 건너편에서 5명의 남녀가 살해된다.
긴급하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탄피와 주차요금 납부기에서 동전을 발견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결과 확인된 범인의 지문을 통해 범인을 긴급 체포하고, CCTV 등 추가적인 범행증거 자료를 수집한다. 완전한 범죄증거의 수집결과와 함께 스크린에 나타난 범인의 얼굴은 좀 전에 보인 실제 범인과 다른 사람이다. 형사의 심문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던 용의자는 '잭 리처'를 불러달라는 메모만 남겼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이라는 내용만 파악되었을 뿐, 아무도 실체를 알지 못하고 연락할 방법조차 없는 의문의 남자 '잭 리처' 홀연히 사건담당 형사와 검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너무 완벽한 증거들이 문제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홀로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나선다.

2010년도에 개봉한 '유덕화' 주연의 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매우 비상한 두뇌와 상황 분석력을 지닌 주인공이 어렵고 복잡한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움직인다.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며, 문제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비상식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하는 과감성을 보인다.

본 영화는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잭 리처’ 시리즈 9번째 편인 '원 샷'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책을 통해 검증된 스토리인 만큼 구조적인 형식이나, 범인에 대한 호기심, 반전에 대한 기대 또한 잘 만족시켜주고 있다. 거기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검증된 매력적인 배우 '톰 크루즈'의 등장을 통해 적절한 액션과 시각적 만족도 또한 높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식 영웅중심의 영화적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망토 따위는 입지 않았지만, 악당을 상대로 던지는 왠지 쑥스럽기만 한 대사는, '바지 안쪽에 타이츠라도 입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거기에 처음 보는 여인들이 한눈에 빠질 정도의 매력적인 외모를 소유한 듯한 주인공 '잭 리처'(탐 크루즈)에 대한 설정은 아무래도 제작사가 '탐 크루즈 프로덕션'이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의문을 갖게 된다.

어쨌든, 가볍지만 그래도 구성이 잘 되어있는 액션영화를 보고 싶다면 매우 추천하고 싶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3.5 / 5점
scene stealer : '미션임파서블 4'에서 보여준 안쓰러운 몸매는 '아무래도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이(1962년생)를 잊게 만드는 외모와 몸매, 2015년 예정이라는 '미션임파서블 5'가 기대된다.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영화 속 이야기]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Den skaldede frisor)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Den skaldede frisor, LOVE IS ALL YOU NEED, 2012년 作)
감독 수잔 비에르
주연 트린 디어홈, 피어스 브로스넌

평범한 중년여성 '이다'(트린 디어홈)는 유방암 치료로 장기간 고생을 했다.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건강회복을 위해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는다. 마침 딸의 결혼식이 이탈리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겸사겸사 남편과 함께 다녀올 계획을 세운다. 이제 앞으로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한 '이다'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남편이 젊은 직장 경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적반하장격으로 아내의 치료기간 동안 자신도 고생이 많았다며 화내고 집을 나가버린 남편의 뒷모습이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다'는 모든 것을 차분히 정리할 기회로 삼을 겸,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밖에 모르는 무역회사의 대표인 '필립'(피어스 브로스넌)과의 필연 같은 사랑이 시작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이탈리아의 바닷가 풍경은 마치 수채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맑은 하늘과 금방이라도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싶을 정도의 푸른 바다. 아마도 감독이 꿈꾸는 로맨스가 주인공의 나이와는 관계없는 소녀적인 형태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여러 가지 형태의 편곡을 통해 영화 속에 6번이나 등장하는 "That’s Amore"의 운율은 영화를 보다 익숙한 형태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오래된 운율이지만, 여러 가지 편곡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취하는 음악은 아마도 다 성장한 남매를 둔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의 그것과는 달리 뭔가 익숙하고 원숙한 내용이지만, 항상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중년의 사랑임을 나타내기 위한 세심한 배려인 듯하다.

잔잔한 드라마 한편이 필요한 날에는 혼자서 조용히 팝콘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보면 좋을 영화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3 / 5 점
scene stealer : 007시리즈에서보다는 중년의 이미지(?)가 더 강해진 "피어스 브로스넌"의 인격적인 몸매도 볼만하다.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영화 속 이야기]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2년 作)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주연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배두나, 짐 스터게스, 벤 위쇼, 휴고 위빙, 수잔 서랜던

500년의 시공간을 걸친 6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Story 1. 1849년, 태평양 항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배를 탄 주인공은 믿었던 의사의 욕망으로 인해, 항해 중 살해위험에  처하게 된다. 흑인 노예를 통해 생존을 위한 싸움과 모험을 무사히 마친 남자는 노예 해방운동에 참여한다.

Story 2. 1936년, 벨기에/영국
자유분방한 삶을 살던 천재음악가 로버트 프로비셔. 그는 유명 작곡가를 도와 음악적 실력을 발휘하게 되고, 걸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육중주’를 작곡한다. 하지만 유명 작곡가의 음모로 저작권 협박을 받아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파멸하게 된다.

Story 3. 1974년, 샌프란시스코
핵발전소를 두고 펼쳐지는 정치권과 결탁된 기업의 거대음모를 단신으로 추적하는 열혈 여기자 루이자 레이가 겪는 스릴러.

Story 4. 2012년, 영국 런던
우연한 기회로 큰 성공을 거둔 출판업자가,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게 된다. 도망치다가 의도치 않게 입원하게 된 요양원에 갇히게 되는 출판업자. 요양원의 비인간적이고 독재적인 규율에 반항하여, 요양원의 동료들과 탈출 계획을 세우고 그곳을 벗어나게 되는 모험극 .

Story 5. 2144년, 미래국제도시 NEO SEOUL
인간들의 필요에 따라 착취당하다 죽여지는 클론(복제인간)이 존재하는 미래세계. 인간적인 클론의 자각과 비인간적인 인간들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인류 최악의 시대.

Story 6. 2346년,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
모든 문명이 인간의 탐욕으로 멸망한 미래에서 자신의 섬과 가족을 잔학무도한 코나족 악당들로부터 지키고, 생존을 위해 지구를 피해 외계로 나가려는 젊은 청년의 모험담.

각 시대별 지역별 상황과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나오는 배우들의 구성은 유사하다. 마치 윤회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의 구성은 복잡하면서도 동양인에게는 익숙한 형식일 수 있겠다.

배우들의 동시적이고 반복적인 출연으로 인해, 각각의 매우 연관성이 없는 6가지 에피소드들이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처럼 다가온다. 아마도, 이런 특징이 이 영화가 갖는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omnibus film)와는 차별성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들의 삶은 시대적 다양성보다도 더 다채롭다. 과거에 노예해방 운동에 참여하던 청년 부부가 미래에는 클론 인간들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기도 하고, 청년의 재산을 노리던 악당의사가 다음번 세상에서는 멸망해 가는 지구로부터 탈출을 돕는 영웅이 된다. 미국 내 공장에서 일하며 천대받던 여인은, 미래에 클론으로 태어나 다음 세대에게 신격화된 존재로 부각되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아틀라스라는 단어는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보다는, 신비의 대륙 아틀라스를 의미하는 것 같다. 영화의 속도감/카메라의 앵글 등은 여러 가지 신비로운 시대와 이야기들을 관객들이 감정이입이 되어 공감하기보다는, 구름처럼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보여주는 효과를 준다.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6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봤다간, 이야기가 뒤섞여서 나올 때에는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영화 평점 및 scene stealer]
평점 : 2.5 / 5 점
scene stealer :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엔딩 크레딧으로 배우들의 분장쇼가 펼쳐진다. 배두나의 배역 3가지를 다 맞추는 묘미(?)를 느껴보는 것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듯하다.

2013년 1월 8일 화요일

[영화 속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년 作)

감독 이안
주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타부

자신을 친구들이 '오줌싸개(pee)'로 부르며 놀리는 것이 싫어, 주인공은 멋진 시도를 한다. 자신의 이름을 수학기호 'Pi'를 연상시켜 기억하라고, 매 학기 새로 시작하는 수업 시간마다 앞으로 나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냥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원주율(pi, 3.14) 값을 적어서 보여준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수업시간마다 자신의 이름 소개와 함께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가면서 원주율 값을 적어가다, 결국에는 칠판 가득히 원주율을 적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그 후로는 '오줌싸개'라는 호칭 따위는 사라져 버렸다.

인도라는 사회적 배경, 과학을 신봉하는 아버지, 천주교 성당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여러 가지의 종교관을 지니게 되는 주인공은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그 중 자신의 부모님께서 운영 중인 동물원에서 뱅골 호랑이인 "리처드 파커"를 가까이 보려고 하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한다.

동물원의 경영악화로 '파이'의 가족들은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떠나는 배에 탑승하여 이민을 가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화물선은 침몰하게 되고, 다행스럽게 갑판에 나와 있던 주인공 "파이"만이 구명선을 타고 살아남는다. 신의 가호였을까? 다행스럽게도 구명선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 굶주린 하이에나, 바나나 뭉치를 타고 살아남은 오랑우탄이 함께 탑승하게 된다.

하이에나는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얼룩말을 공격하고, 이를 저지하던 오랑우탄마저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된다. 하이에나의 공격성은 그칠 줄 모르고 주인공 "파이"에게 위험이 닥치려는 순간. 구명선 아래에 숨어있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하이에나를 습격하고, 그 사이에 "파이"는 구명선과 조금 떨어진 뗏목에 올라 위기를 모면한다.

바다 한가운데 남은 벵골 호랑이와 소년. 이 둘이 공생하는 과정과 여러 가지로 신비롭기만 한 바다의 풍경이 이 영화의 진정한 볼거리로 남는다.

영화의 포스터나 광고를 보면, 아이들이 보아야만 할 것 같은 영화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진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벵골 호랑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조차 대면하기 두려운 내면의 야수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야수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작가는 우리에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이안 감독 특유의 그림 같은 영상은 대자연의 신비를 판타지 형식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야광 해파리로 인해 푸르게 번쩍이는 고래의 모습, 메뚜기 떼를 연상시키는 날치 떼의 질주, 돌고래 무리의 항해, 거울보다 잔잔하고 평평한 밤바다 등. 놓치기 아쉬운 여러 영상들이 한편의 작품 속에 모두 담겨있다. 하지만 웅장한 스케일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정말로 이 영화의 가치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난파사건 이후의 상황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에 있다. 동물들과 함께 구명선에 탑승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과 구명선에 올라 겪게 되는 이야기들. 잔혹하지만 왠지 동물들과의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이 이야기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 자신이 지닌 상식의 틀 이외의 것이라면, 아무리 잔혹한 이야기라도 내가 믿고 싶은 것만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