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8일 화요일

[영화 속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년 作)

감독 이안
주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타부

자신을 친구들이 '오줌싸개(pee)'로 부르며 놀리는 것이 싫어, 주인공은 멋진 시도를 한다. 자신의 이름을 수학기호 'Pi'를 연상시켜 기억하라고, 매 학기 새로 시작하는 수업 시간마다 앞으로 나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냥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원주율(pi, 3.14) 값을 적어서 보여준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수업시간마다 자신의 이름 소개와 함께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가면서 원주율 값을 적어가다, 결국에는 칠판 가득히 원주율을 적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그 후로는 '오줌싸개'라는 호칭 따위는 사라져 버렸다.

인도라는 사회적 배경, 과학을 신봉하는 아버지, 천주교 성당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여러 가지의 종교관을 지니게 되는 주인공은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그 중 자신의 부모님께서 운영 중인 동물원에서 뱅골 호랑이인 "리처드 파커"를 가까이 보려고 하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한다.

동물원의 경영악화로 '파이'의 가족들은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떠나는 배에 탑승하여 이민을 가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화물선은 침몰하게 되고, 다행스럽게 갑판에 나와 있던 주인공 "파이"만이 구명선을 타고 살아남는다. 신의 가호였을까? 다행스럽게도 구명선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 굶주린 하이에나, 바나나 뭉치를 타고 살아남은 오랑우탄이 함께 탑승하게 된다.

하이에나는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얼룩말을 공격하고, 이를 저지하던 오랑우탄마저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된다. 하이에나의 공격성은 그칠 줄 모르고 주인공 "파이"에게 위험이 닥치려는 순간. 구명선 아래에 숨어있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하이에나를 습격하고, 그 사이에 "파이"는 구명선과 조금 떨어진 뗏목에 올라 위기를 모면한다.

바다 한가운데 남은 벵골 호랑이와 소년. 이 둘이 공생하는 과정과 여러 가지로 신비롭기만 한 바다의 풍경이 이 영화의 진정한 볼거리로 남는다.

영화의 포스터나 광고를 보면, 아이들이 보아야만 할 것 같은 영화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진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벵골 호랑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조차 대면하기 두려운 내면의 야수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야수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작가는 우리에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이안 감독 특유의 그림 같은 영상은 대자연의 신비를 판타지 형식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야광 해파리로 인해 푸르게 번쩍이는 고래의 모습, 메뚜기 떼를 연상시키는 날치 떼의 질주, 돌고래 무리의 항해, 거울보다 잔잔하고 평평한 밤바다 등. 놓치기 아쉬운 여러 영상들이 한편의 작품 속에 모두 담겨있다. 하지만 웅장한 스케일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정말로 이 영화의 가치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난파사건 이후의 상황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에 있다. 동물들과 함께 구명선에 탑승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과 구명선에 올라 겪게 되는 이야기들. 잔혹하지만 왠지 동물들과의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이 이야기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 자신이 지닌 상식의 틀 이외의 것이라면, 아무리 잔혹한 이야기라도 내가 믿고 싶은 것만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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